나비가 되었습니다.
책은 나를 무장해제시켰다. 빛이 투과되지 않을 만큼 겹겹의 꺼풀로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내 살갗에 닿아버릴까 불안함과 염려로 오랜 세월을 버텼다. 그래서 더욱 단단해졌고, 이제는 고개를 드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내가 만든 동굴은 좁아졌다. 그런 나에게 책은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것은 바로 ‘진짜’다. 은연중에, 고의적으로 묵살했던 ‘진짜 하나님’이 묻고 있다. 너의 기쁨과 힘의 원천은 무엇이냐? 너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무엇이냐? 선하고 도덕적인 것을 나와 바꿀 수 있느냐? 매정하게 물으시는 그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렸다.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가족이 중요하며 온전한 객체로 존재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질문을 멈추지 않으셨다.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계속 이어졌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에 결국 외쳤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가짜입니다. 순전히 따라가겠습니다.”나아만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자 희미하게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력함과 나약함을 인정하며, 하나님의 값없이 주시는 선물이 삶의 존재론적 이유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달그락 거리는 문 여는 소리와 꺼풀을 깨는 소음 속에 파묻혔던 “휘업아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해”가 들렸다. 진짜를 마주하기 두려웠던 내 눈꺼풀이 서서히 열리고,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다. 그곳엔 항상 나를 기다리던 그분이 계셨다. 힘껏 그분께 달려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내 날개가 나왔다. 그리고 나는 나비가 되었다. 나는 나비다.
모태신앙인으로서, 기독교집안의 다음세대로서 너무나 쉽게 하나님을 당연시 했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하나님, 사회가 만든 하나님 그리고 내가 기대하던 하나님. 한번도 하나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게 내가 만든 신이 엉겨 붙어 내 몸을 짓누르는 커다란 고름이 되었다. 조금만 움직이고 흔들려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책은 곪아버린 상처에 칼끝을 대는 듯 했다.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선진들을 통해 하나님을 분명히 아는 모습이 무엇인지 살펴 보았다. 뿐만 아니라 요나의 중심에 우상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보며 숨겨져 있는 근원적 우상의 확장성을 확인하였다. 하나님으로 다치 채우는 일들은 때론 존재자체를 부정해야하며, 세상과의 이별을 고해야했다. 그 긴 세월 동안 쌓여있던 먼지를 치우는 일이 쉬울 수 있으랴. 나는 누구인가? 내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책에서 만난 하나님은 그 무엇도 중요치 않다고 하셨다. 아브라함처럼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어떤분인지 아실 때에 주님께서는 역사하신다.
책을 덮으며 아직도 남아있는 나의 우상화를 하나님으로 대체하는 일에 전심을 다해야겠다 다짐을 하였다. 이것이 내가 사는 길임을 잊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나와 우리가족, 우리교회, 지인들을 위해 밑바닥까지 내려가신 왕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이 책을 통해 수많은 가짜에 휘둘리는 크리스천들과 잃어버린 양들이 ‘진짜 하나님’에게 돌아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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